앵커: 북한이 장마철 수해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최근 황해남도 일부 협동농장이 폭우에 따른 침수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두 협동농장의 논 전체 면적의 25%가 물에 잠기거나 볏모가 씻겨나가며 훼손됐는데요. 아직 장마전선이 북한에 상륙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시적 폭우만으로 입은 피해입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본격적인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거나 태풍이 닥칠 경우 북한 농경지의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며 우려했습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황해남도 두 협동농장의 논 1/4, 침수 또는 훼손
유럽우주청(ESA)이 운영하는 ‘센티넬-2B호’가 지난 19일에 촬영한 북한 황해남도 청단군 용마동 협동농장.
식생지수(NDVI)를 이용한 영상분석 기법으로 분석해 보니 폭우로 논 일부가 침수되고 논바닥이 훼손됐습니다.
색깔로 구분해 보면 물에 잠긴 논은 검은색, 볏모가 떠내려가 흙바닥이 드러난 곳은 갈색으로 나타나는데, 용마동 협동농장 일대의 전체 논 1천698헥타르 중 침수된 논은 5.4%, 흙바닥이 드러나며 훼손된 논은 약 19%(18.9%)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 황해남도 은천군 제도리의 협동농장도 폭우 피해를 입었습니다.
지난 19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에 전체 893헥타르 면적의 논에서 침수된 논이 6.7%, 훼손된 논은 20.9%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두 협동농장의 피해 규모를 분석한 정성학 한국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두 협동농장의 전체 논 중 약 1/4가량의 논에서 벼 생장이 불량해 수확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정성학] 영상을 보면 논이 침수되고 훼손된 게 드러나거든요. 논이 침수된 지역은 어두운 검은색으로 보이고요. 논바닥이 훼손돼 흙바닥이 드러난 곳이 군데군데 보이거든요. 이것(갈색)은 볏모가 폭우에 휩쓸려 떠내려간 겁니다. 그러니까 모내기하고 나서 벼가 뿌리를 내리고 활착해야 하는데, 미처 그러지 못한 볏모가 이번 폭우로 그냥 휩쓸려 떠내려간 거죠. 그런 것들이 군데군데 구멍 나듯이 여러 군데에 나타났습니다.
또 침수지역은 나중에 물이 빠져도 폭염 속에서 병충해 발생과 같은 2차 피해도 우려됩니다.

위성사진을 살펴본 김혁 한국 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도 24일 RFA에 용마동 협동농장은 생산량이 높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번 폭우로 인한 피해가 무시할 수준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김혁] 황해남도 청단군 용마동이라고 하는 건 용포리 용마동이거든요. 여기가 원래 생산량이 조금 높은 지역이에요. 토지 정리 이후에는 벼로 헥타르당 3~4톤 정도 왔다 갔다 하는 지역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지역 전체 평균보다는 조금 높은 편이죠. 또 여기에 옛날에 간척지 논이어서 물 공급이 잘될 때는 한 5~6톤 정도가 됐던 지역인데...
김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용마동 협동농장과 제도리 협동농장에서 1헥타르당 각각 4~5톤 정도의 쌀이 생산됩니다.
이번 폭우로 두 농장에서 훼손되거나 침수된 면적이 총 658헥타르라고 볼 때 최대 약 3천300톤의 쌀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두 협동농장에서 약 25%의 논이 피해를 본 것은 상당히 많은 쌀 생산량의 손실을 의미한다고 김 선임연구원은 덧붙였습니다.
“본격적인 장마와 태풍 닥치면 농작물 피해 커질 듯”
북한은 올해 이례적으로 여름 장마로부터 농작물 침수를 막기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앙의 지시로 임시 조직된 비상대책위원회가 전국의 각 시와 군마다 조직됐고, 이는 장마가 끝날 때까지 운영된다”는 것이 평안남도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김혁 선임연구원은 북한에서 80mm의 비만 내려도 물이 넘쳐버리고, 논이 침수된다며 폭우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김혁] 넘쳐난다는 건 즉, 짧은 시간 안에 폭우가 내리다 보니 침수가 되는 거죠. 벼도 일정 정도의 수위가 필요한데, 그 수위를 넘어버리고 폭우가 내리면서 배수가 잘 안돼 물이 논으로 들어가게 되고, 벼가 다 썩죠.

탈북민 출신 북한 농업 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도 RFA에 “북한은 지대가 낮아 비가 많이 오면 물이 차는 상습 침수 지역이 많다”며 “특히 폭우는 벼와 옥수수 생산에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배수시설에 대한 사전 준비가 매년 미흡하기 때문에 논의 침수 피해가 해마다 발생한다는 지적입니다.
[조충희] 폭우가 오면 한창 성장하는 작물들이 물에 잠김으로써 생류 활동이 완전히 멈추거나 장애를 받습니다 . 해마다 발생하는 일인데 , 사전준비를 못 하고 있습니다 . 사전 준비를 하려면 사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일정 정도의 투자가 진행돼야 합니다 . 그런데 그런 건 안 하고 농민들에게 충성심을 가지라고 하다가 ...
정성학 연구위원도 며칠 동안 내린 폭우로 일부 농경지가 침수됐는데, 앞으로 본격적인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거나 태풍이 닥칠 경우 북한 농경지의 피해를 더 커질 것이라며 우려했습니다.
[정성학] 현재 한반도에 장마전선이 지나는 중이거든요. 아직 장마가 끝나지 않았고, 현재 남한을 지나가고 있는데요. 지금 북쪽은 관개시설 등 기반 시설이 미비한 실정이기 때문에 장마전선이 북상해서 올라갈 경우 더 큰 피해가 우려되는 게 북한의 실정입니다.
북한은 올해 달성해야 하는 ‘12개 중요 고지’ 중 첫 번째로 ‘알곡 생산’을 설정하고, 곡물 생산량 증가에 전력을 쏟는 가운데 지난달부터 장마에 따른 농작물 피해를 최소화할 것을 주문해 왔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 입니다.
- 위성사진 판독∙분석: 정성학 한국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chungsh1024@naver.com)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